언젠가 TV에서 빈 밥그릇을 지긋하게 쳐다보고 있는 엄청 큰 강아지의 조각상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배 고픈데 밥그릇이 너무 멀리 있어서 손(앞 발)에 닿지 않는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실지로 보고 싶은 맘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이 아이는 제가 사는 곳에서는 700Km 이상 떨어진 아오모리현에 있어 선뜻 만나러 나설 수가 없었어요.
《아오모리 개(あおもり犬)》에 대하여..
나라(奈良)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근원으로 흐르는 작품.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의 야외 공간에 서 있다. 미술관에 인접한 미나이 마루야마 유적()을 의식해 제작된 것부터 하반신은 지중에 묻혀 있다. 지금 바로 발굴되어 시간을 넘어 우리를 만난 장면이라고 할까. 얼굴은 울퉁불퉁하며, 그 모습은 언제나 어딘가 애처롭게 보인다. 나라가 개를 표현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기르지 않고 산에 떠난 강아지에 대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출처 아오모리현립 미술관 https://www.aomori-museum.jp/kr/about/>
드디어 만나러 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아오모리 강아지 보러 가는 길... 아오모리역에서 네부타 뮤지엄을 구경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10여분 정도 가니 기사 아저씨가 아오모리 미술관 가실 분 내리랍니다. 알려달라고 부탁드린 적이 없는데 우리가 아오모리 미술관 가는 건 어찌 알았나? 아마도 관광객이 많으니 차림새만 딱~!! 봐도 아시는 가 봐요.
저희를 내려 준 곳은 도심지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중간쯤으로 느껴지는 동네였는데 미술관까지는 10여분을 걸어야 했습니다. 동경과는 전혀 다른 찬 기운이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구글 안내에 따라 열심히 걷다 보니 아오모리 현립미술관(青森県立美術館)이 나와 있습니다. 길의 눈은 거의 녹았는데 미술관 마당의 눈은 아직 남아있더군요. 아주 오랫동안 눈 구경을 하지 못하다 눈이 쌓인 하얀 세상을 보니 강아지들이 눈을 보고 뛰는 느낌을 알 듯합니다.
티켓을 사고 이제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티켓은 예매하지 않고 직접 가서 구입했습니다. (대인 510엔)
미술관의 처음 방엔 정말 거대한 그림이 벽면 사방에 걸려 있었습니다. 몇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미술관을 어쩌다 보니 자주 갈 기회가 생깁니다. 아타미에 모아미술관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두어 달 만에 또 방문하게 되었어요.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웃으시겠지만 미술관을 자꾸 가보니 그림이 다 어려운 게 아니더군요. 머리 스타일이 촌스럽고 눈코입도 대충 그린 듯한 아이의 그림들은 저도 그릴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처럼 보였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그림들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나라(奈良)라는 꽤 유명하신 분의 작품들이었습니다.
<<나라 요시토모 (奈良 美智ならよしとも)>>
1959年12月5日일생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弘前市) 출신의 화가・조각가・현대 미술가
나라 요시토모로 검색을 하다 보니 이름 뒤에 "남자? 여자?"라는 검색어 예비어가 나오더군요. 요시토모라는 한자 「美智」는 미찌(みち)로 읽히기도 하는데 미찌는 주로 여자이름에 많이 쓰이기도 하고 그림의 성향도 좀 여성스러워서 남자이신지 여자이신지 헷갈리는 것 같습니다.
모든 그림에 공통적인 날카로운 인상과 언밸런스의 조화가 참 좋았습니다.
나라 요시토모 화가님의 아오모리현립 미술관전시는 아쉽게도 2월 25일로 끝이 났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른 곳의 전시를 찾아보셔야 할 거 같아요. 상설 전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Peace Head》
제43회 마루노우치 스트리트 갤러리(도쿄) 2022년 6월 ー 2025년 5월(예정)《Matching Thoughts》
아이나 이와테현민정보교류 센터《모리오카완코》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아오모리개》 《모리노코 / Miss Forest》
아카 시립 도서관 "Melting Moon"
윙 카미오오카(요코하마)《World Is Yours》
COMICO ART MUSEUM YUFUIN《Your Dog》
토와다시 현대 미술관《야노사고 걸 2012》
히로사키 벽돌 창고 미술관《A to Z Memorial Dog》
파통 비치(태국 푸껫)《Your Dog in Phuket》
보스턴 미술관(미국)《Your Dog》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 (미국) "Miss Forest (LACMA Version)"
나라 화가님의 전시는 끝나지만 아오모리 개는 상설전시이므로 언제든지 가셔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년 눈이 녹을 때는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 다시 사람과의 만남이 시작된다고 해요. 왼쪽은 제가 찍은 사진인데 유리벽 너머로 넘겨다 봤기에 자세히 보시면 유리에 제가 찍혀 비칩니다. 오른쪽 사진처럼 깨끗이 단장하고 유리벽이 없는 공간으로 들어가실 수도 있다고 하네요 <출처 AOMORI GOKAN사이트>
그런데 밥그릇은 어디 갔지? 봄엔 치우나?
그 밖에도 재미난 작품 공간들이 많았습니다. 미술관안에 집을 한 채 지어놓고 뺑 둘러가며 창문과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인데 그안엔 꽃들과 장난스런 아이들이 뒹굴고 있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후라후라정원..후라후라는 어질어질하다는 뜻도 있고 자각(自覚)이나 목적 없는 행동도 후라후라 ふらふら(フラフラ)입니다.
하얀 벽의 커다란 방에 몇 점밖에 전시되지 않은 그림.. 들어 선 순간 와~사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시원함과 반면 한없이 멍하게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듯한 고요한 느낌이 동시에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런 느낌과 감상 때문에 미술관에 자주들 가시나 보다~하며 몇 년에 한 번씩만 가던 미술관을 저도 자주 찾을 듯합니다.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 사이트 https://www.aomori-museum.j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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