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을 일본에서 보냈지만 일본어 단어를 십 분의 일은 알까? 「타마리(タマリ)」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습니다. 스튜디오 옆의 대기실이라는 데 하긴 그동안 제가 연예인 분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으니 사용할 기회가 없었지요. 타마리라는 단어를 알게 해 준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여기서 엄마는 제 아들의 엄마 즉 접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아는 연극 배우는 친구 아니고 선배님의 아드님입니다. 엄마 선배 아들이라는 뜻으로 엄선아~라는 단어를 하나 만들어 볼까봐요^^ 일본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집이 연남동이여서 홍대 앞 또는 대학로 소극장이 멀지 않아 가끔 연극, 뮤지컬 구경도 가곤 했는데 타국에서 워킹 맘으로 살다 보니 연극은 사치였습니다. 그리고 역시 언어의 장벽~ 일본어로 보는 연극이 맘에 와 닿을지 몰라 선뜻 가게 되지 않았습니다.
선배언니의 덕분에 저는 오랫동안 접고 살았던 문화생활을 재개(再開)하게 되었습니다. 벚꽃은 아직이지만 일찍 피는 꽃 목련이 한창인 봄날스러운 3월에 「타마리」라고 하는 연극 한 편을 보았습니다.
공연장 문 열기 훨씬 전에 도착했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 참 부지런합니다. 첫 공연 출연하는 요시무라라는 분의 축하 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첫 공연이라 집안의 경사였나 봐요. 저의 지인은 이젠 이제 중견(?) 연극배우여서 요란스러운 꽃은 준비 안 해도 되지만 장미꽃 한 송이라도 준비할걸~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예매한 티켓을 받고 입장하는데 오랜만의 연극이라 맘이 콩쾅콩쾅~기대되는 순간입니다.
작은 소극장일 줄 알았는데 정원이 200-300명 정도 들어갈 듯한 넓은 소극장이었습니다.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저희가 앉을 좌석이 없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이 중앙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의 공연은 만석(満席)이라고 합니다.
무대의 전체적인 색이 맘을 설레게 한다는 티파니 블루에 가까운 연두색들로 상큼한 느낌입니다.
공연은 점심과 저녁 두 번으로 나눠서 두 팀인데 저의 지인이 고소한 오른쪽 팀의 공연입니다. 김 현식(キムヒョンシク) 배우
팸플릿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이는 듯하여 트위터에서 살짝 집어 왔습니다. 더불어 연습하는 모습도 살짝~^^
연극 타마리의 각본을 쓴 가나자와 토모키(金沢 知樹 かなざわともき※)씨는 「한자와나오키(半沢直樹)」, Netflix 「생츄어리(サンクチュアリ)-성역(聖域)-」의 각본을 쓰신 유명한 분이십니다.
※ 金沢 知樹(かなざわともき、1974年1月1日 - ) 는 일본의 각본가·연출가·구성 작가·배우·전 코미디언이다. 나가사키현 출신.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거주
각본 쓰기 전에 코미디언을 해서 그런지 타마리는 코믹하면서도 왕년에 일류 급의 스타들이 세월이 지나 삼류급이 되어 모 방송을 하기 위해 모인 대합실의 이야기입니다. 연기의 천재였던 아역 배우, 최고의 여배우, 최고의 트롯 가수, 최고의 마술사, 사회자와 그 들의 매니저가 대합실에서 말하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채 두 시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웃음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요일 구분도 어려운 매일매일이 같은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선사해 준 선물 같은 하루를 잘 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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