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상

[평범한 일본살이] 한 길만 걸어오신 노부부(老夫婦)

komorebiA 2024. 8. 1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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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동네에 조그만 라면집이 하나 있습니다. 실내가 멋지게 꾸며져 있지도 않고, 오래된 곳이라 청결(?)과도 거리가 좀 있는 듯하고 메뉴도 한 가지뿐인 허름한 라면집인데도 항상 영업시작 전부터 긴 줄이 있습니다.

 

 

 

허름하고 덜 청결해 보이는 라면집

메뉴는 시루나시 탄탄멘(汁なし担々麵)이라고 하는 국물 없는 탄탄면뿐입니다. 

※탄탄멘은 중국 쓰촨 성에서 1841년경에 고안된 면요리로 매운맛을 낸 원고 기와 자사이 등을 얹고 있습니다. 칭봉을 들고 팔고 걷고 있던 요리로, 수프를 가지고 다니기가 곤란했던 것으로부터 「수프 없음」이 유래가 되었다고 하며, 일본에서도 인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탄탄면은, 수프가 있는 것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영업시작 전부터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실지로 맛집입니다만 저는 가까이 사는데도 불구하고 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단지..

 

줄 서기 싫어서..

 

 

 

얼마 전에 사이타마현에 살고 있는 아들아이가 이 탄탄면을 먹으러 온다고 하더군요. 35도를 훨씬 웃도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 줄 서는 라면집에..  아들부부가 줄을 서 있을테니 시간 맞춰 나오시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야 안 갈 이유가 없죠.

 

 

종이 에이프런 20엔

매일 줄 서서 기다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언젠가 방송을 탔는 탓도 있지만 그보다도 제면실(製麺室)에서 직접 면을 직접 뽑아서 만듭니다.그래서 인지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면이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고 하더군요.

 

탄탄멘 먹는 방법도 별로 깨끗하진 않음

<시루나시 탄탄면 먹는 방법>

1. 위, 아래로 잘 섞어 주세요.

2. 7~8할쯤 먹으면 수프를 달라고 하세요.

    *그릇은 카운터 위에 올려 주세요

    *온천달걀을 잘 섞으면 마일드해집니다.

*매운맛에 약한 분은 주문 시에 말씀해 주세요. 조리 중엔 변경이 불가합니다.   

 

며늘아기가 모으는 캐릭터 인형인데 탄탄면 캐릭터를 데리고 왔더군요. 그래서 기념사진 한 장~

 

 

열심히 먹는 중..

 

위에 먹는 순서에 써져 있는 내용대로 삼분의 이쯤 먹을 후에 수프를 달라고 해서 싹싹~비웠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며늘아기가 정말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아들아이가 이 더위에 멀리까지 온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까이 사는 저는 몰랐는데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오랫동안 부부가 함께 경영하고 있는 곳인데 몇 해전에 아내분이 멀리 가셨다고 하네요. 그래서 혼자서 하고 계신데 언제까지 하실지 모르니 문 닫기 전에 와 보고 싶었다고. 아이는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자주 들르던 곳이라 그리운 음식이었나 봅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홀로 서서 음식을 만드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더운 뙤약볕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으시고 정성 들여 한 그릇 한 그릇 만드시는 모습은 오래 기다려서라도 먹고 가려는 사람들의 맘을 알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건강하셔서 시루나시 탄탄멘을 먹고 자란 아이들의 추억 속 맛을 오래도록 내주시기를..

 

 

 

시루나시탄탄멘과 비슷한 마제소바

 

예전엔 시루 없는 탄탄멘이 신기한 음식이기도 했는데 요즘엔 대만 마제소바라고 하는 게 나와서 비슷한 맛이기도 하고,  추억의 맛을 찾는 게 아니라면 일부러 찾아오실 거까지 없는 곳이라 장소는 알려 드리지 않겠습니다. 사실 지금보다 더 줄을 서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오늘은 그냥 일상이야기 포스팅인 걸로..

 

 

 

 

그냥 지나치기 아쉬우니 정보 하나~

일본에서 수프 없는 탄탄멘이 처음 시작된 곳은 히로시마현이라고 합니다. 참고하셔요^^

히로시마의 수프 없는 탄탄면 '국물 없는 탄탄면'에도 향신료의 꽃초(사천산초)가 들어가 고추의 매운맛에 더해 꽃초에 의한 시비의 자극을 맛볼 수 있어, 이 독특한 감각이 버릇에 인기가 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picymasara.com/>

출처 마사라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