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사는 가장 큰 어려움을 가까이에 친구, 친척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어느 날 고기가 땡기는데 룸메이트는 시간도 맞지 않고 외식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혼자 가긴 뻘쭘한 상태. 이럴 때 가까이에 형제자매나 친구가 있다며 가뿐히 다녀올 텐데...
그렇다고 고기를 포기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벙개'라는 걸 쳤습니다.
번개모임(번개팅, 번개, 벙개, 벙개모임, 벙개팅, 급벙)이란?
1990년대 초 PC통신 사용자들 사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인터넷 은어이다. 온라인 채팅이나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번개처럼 갑자기 계획 없이 만난다는 뜻으로 번개모임, 번개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기 먹으러 갈 사람~~~~ 모여라~
벙개 공지에 언니 한 분이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먹으러 가자~'라는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인생 뭐 있겠씁니까? 맛난 거 먹는 게 행복 아닌가 싶어 제 마음에 화악~와닿는 명언이었습니다. 그래서 글의 첫 문장에 인용을 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은 바르바코아라고 하는 브라질 스테이크 무한리필 전문점입니다. 시간제한이 없어야 무한리필인데 2시간의 시간제한이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무한리필은 아니죠. 요즘 물가가 올라서 고깃값도 많이 올랐나 봅니다. 예전에 3천 엔대에 먹었던 곳인데 평일임에도 4,800엔이더군요.
바르바코아는 오모테산도, 시부야, 아오야마 등 동경의 중심지에 여러 곳이 있는데 저희가 방문한 곳은 다카나와점(高輪店)입니다. 시나가와(品川) 역에서 매우 가깝고 사진으로 보니 실내가 매우 맘에 들더군요. 역시 큼지막한 나무를 둘러싼 실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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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고기만 먹는다면 질리기 십상인데 바르바코아는 신선한 야채의 종류가 풍부해서 고기리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이 야채 저 야채 집어 담다 보니 고기 먹기 전에 배부르게 생겼습니다. 일단 고무줄 허리 바지를 입었으니 저의 위대(胃大)함을 믿어보고 들고 온 야채를 폭풍흡입 했습니다.
안주가 이리 좋은데 알코올음료를 빠뜨릴 수 있나요. 우리 인원이 여럿이었기에 잔으로 주문하는 거보다 병으로 주문하는 것이 저렴하여 병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와인 코르크를 열던 스텝분이 중간에 코르크가 부서지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스텝분의 얼굴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한 병 값으로 두병을 마실 수 있었어요. 코르크 부스러기가 빠졌다고 서비스로 한 병을 주었거든요. 사실 부스러기 몇 개 빠진 정도여서 저희는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없어서 못 마시지... 그깟 부스러기쯤이야~
스텝분 월급에서 까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미안~
이곳의 시스템..
자리에 앉아 있으면 고기를 부위별로 들고 자리로 찾아옵니다. 먹고 싶으면 살짝~ 손을 들면 개인 접시에 담아 주거나 직접 테이블에 놓인 집계로 자른 고기를 집으시면 됩니다.
위 사진에 기름이 좔좔 흐르는 부위는 일본어로 이치보라고 쓰여 있는 부위입니다. 찾아보니 브라질에서 고기 중의 최고로 치는 삐까냐(Picanha)라고 합니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라는데 저 세 번이나 리필을 했으니 본전은 뽑은 듯합니다.
각 테이블에 아래 보이는 동그란 모양의 표적이 있습니다. 먹다 조금 쉬고 싶으면 빨간색으로 뒤집어 놓으면 되고 다시 스타트를 하실 땐 녹색을 위로 해 놓으시면 스텝들이 다시 고기를 들고 옵니다.
고기 먹는다 안먹는다 표식
코로나 전, 시부야점과 오모테산도점에 갔던 적이 있는데 당시엔 고기를 너무 자주 들고 와서 이 표적을 뒤적거리느라 바빴던 기억이 있는데 이곳은 오히려 가져다 달라고 두어 번 부탁을 했습니다. 역시 물가상승으로 스텝 수가 줄여서 그런 건지 시나가와점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들고 오지 않아도 가지고 와 달하고 부탁해서 먹은 구운 파인애플!! 고기 먹다 느끼하면 상큼 따끈한 파인애플 먹고.. 또 고기 먹고 파인애플 먹고.. 무한리필 메뉴입니다. 바르바코아 가신다면 구운 파인애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