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꾼듯한 일일(一日) 교토(京都) 여행
하루는 똑같은 24시간인데 어느 날은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알차게 많은 곳을 다녔더니 꿈을 꾼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제가 지금부터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지 그 진수(眞髓)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동경역에서 아침 8시 출발 10시 15분 교토도착의 신간선을 탑니다. 물론 신간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에키벤을 사들고 말이죠. 에키벤과 수다를 즐기기엔 2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저는 예전에 먹어서 맛있게 느꼈던 후카가와벤을 샀는데 센 수~있으신 지인은 사진 잘 나오라고 색감이 예쁜 마쿠노우치벤을 사 오셨네요^^
열차를 좋아라~하는 저는 특이하게 생긴 열차는 모두 타 봤으면 좋겠어요. 교토에도 특이한 관광열차 토롯코가 있습니다. 교토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죠. 신간선 교토역에서 토롯코 사가역까지는 전철로 약 20분 정도입니다.
11시 5분 토롯코 열차를 미리 예약해 두었으므로 우리는 서둘러 교토의 로컬전철로 토롯코사가 역로 향합니다. 일본에 살고 있지만 낯선 곳에서의 전철 갈아타는 건 쉽지 않습니다. 신간선표와 스이카를 이용하려니 개찰구 통과 시 삐~소리가 나서 역원님의 도움으로 겨우 갈아탔습니다.(시간이 없으실 땐 도움을 받으셔요^^)
■ 교토 토롯코 열차 예약 사이트 https://ars-saganokanko.triplabo.jp/home
토롯코열차 운행 구간은 토롯코 사가(トロッコ嵯峨) ⇔ 토롯코 가메오카(トロッコ亀岡)
도롯코열차 안에서 본 풍경인데 아쉽게도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습니다.(11월초순) 하긴 11월이라고 하기엔 더운 날이 계속되었으니까요. 엊그제는 꽤 추운 날이었으니 지금쯤(11월 중순 지나야)은 한창 이쁠 것 같습니다. 도롯코열차의 5호차는 오픈칸입니다. 시원한 바람과 자연을 직접 맞이할 수 있어서 좋지만 기온이 내려가거나 비 오는 날엔 추우실 수도 있습니다. 춥거나 비가와도 오픈칸은 꼭 타보고 싶고 걱정이 되기도 해서 편도는 오픈칸, 편도는 일반칸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토롯코 가메오카에서 돌아오는 열차를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예약했기에 역 근처 커피숍에 들렀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며 10분쯤 걸어 도착한 차분한 분위기의 커피 맛집(사실 커피맛은 그닥이었으나 분위기 맛이 일품)이 있었습니다.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이더군요.
※꿀팁하나~!
하루 시간을 더 많이 활동적으로 사용하시고 싶은 분은 가메오카에서 머물지 않고 타고 같던 열차를 다시 타고 나오는 것도 괜찮으실 듯합니다. 왕복 소요시간은 한 시간 정도입니다.
돌아올 때는 토롯코 사가역까지 가지 않고 다음 관광지가 아라시야마이므로 한 정거장 전인 토롯코 아라시야마(嵐山)에서 내렸습니다. (가격은 동일) 이 역이 참 재미나더군요. 열차길이보다 짧은 플랫폼!!
1호차를 예약했던 우리 칸엔 플랫폼이 없어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방송 안내를 들으니 문이 열리는 칸으로 이동을 하라고 하더군요. 문 열릴 때까지 기다리다 못 내릴 수 있으니 주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개찰구를 통과하여 얼마 가지 않아서 아라시야마의 멋진 대나무 숲길에 도착했습니다. 그 유명한 교토 아라시야마의 치쿠린(竹林)입니다.
몇 년 전에 본 모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대나무가 많은 산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고 대나무 숲이 많은 곳을 폭풍 검색한 결과 교토 치쿠린이 뜨는데 너무도 오고 싶었습니다만 교토까지의 거리가 너무도 멀어 포기하고 가마쿠라의 호코쿠지로 만족했던 적이 있습니다.
호코쿠지가 일본정원 안에 갇힌 대나무라고 하면 교토의 치쿠린은 갇혀 있지는 않지만 그 질서 정연한 모습은 어딘가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 잘 훈련받은 국군 아저씨들의 질서가 생각났습니다. (대체 뭔 소리야~ㅎㅎ)
더욱 놀라운 건 대나무의 수만큼이나 많은 사람들! 90프로는 외국인(?)인 듯합니다. 빨리 걷고 싶어도 빨리 걸을 수 없는 약 1킬로가량의 대나무 길을 천천히 만끽하며 TV에 자주 나오던 아라시야마의 심벌인 가츠라가와의 도게츠교(渡月橋)로 향했습니다.
아라시야마라는 곳은 경치도 좋지만 예쁜 집들과 먹거리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교토의 유명한 유바음식을 먹고파서 유바메뉴가 있는 음식점엘 들어갔습니다.
보기에도 건강식으로 보입니다. 닛코에서 먹었던 유바와는 좀 다르게 연두부 같은 느낌이 납니다. 식당에 들어가며 유바음식을 먹으러 왔다고 하고 추천받아 주문했는데 원래 교토의 유바가 이런 건지..
우리 유바요리 먹은 거 맞지..?
점심을 먹고 나선 다음 목적지는..
기요미즈데라(清水寺)
성수기의 교토는 되도록이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지 말라고 한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전철로 이동하기 위해 사가아라시야마역(嵯峨嵐山駅)으로 갔더니 이곳도 볼거리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낮이라 좀 뻘쭘한 거리로 보이는데 밤에는 훨씬 더 예쁜 기모노 포레스트(キモノフォレスト)입니다. 한국 가이드분이 열심히 기모노 포레스트를 설명하고 계셔서 살짜기 엿듣다 시간이 돼서 전철로 이동했습니다.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길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관광객으로 매우 붐볐습니다. 질서는 필수~!! 그리고 중간에 계단도 좀 있고 생각보다 가파른 언덕이더군요. 평소의 운동부족을 실감하며... 천천히 Go~
500엔의 표를 사서 들어갔습니다. (중학생/초등학생 200엔)
살짝 물들어 가는 단풍과 약간 흐릿하고 구름 낀 하늘이 정겨운 풍경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곳 역시 많은 분들이 사진 찍기에 바쁜 모습과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즐거운 소리들로 완전 관... 광.. 지
오늘의 마지막을 장식할 스폿은..
교토역(京都駅)
교토역 광장에서 보이는 교토타워의 불을 켠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교토역은 철도역 총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역인데 저는 청춘 18 열차로 이동하면서 잠시 들러 점심만 먹고 지나친 곳이라 여유를 갖고 둘러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공항 같기도 한 거대한 대합실의 모습입니다. 높은 천정을 올라다 보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더군요.하긴 원래 심장은 두근거려야 위험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평소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계단 멍~을 한참을 하라고 해도 할 정도로 휘황찬란한 불빛이 아픈 다리도 잊고 한참을 서서 구경했습니다.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오래된 핸드폰이라 배터리 소모가 심해 꺼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신간선 표가 핸드폰 안에 있는데 말이죠.ㅠㅠ 충전도 하고 다리도 쉴 겸 해서 미스터 도넛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충전코드도 많고, 가성비 좋은 커피값에 분위기도 맘에 들었습니다만 반실 내(반실 외)라 추운 날씨에는 비추~
저녁은 역시 신간선 안에서 에키벤으로 마무리를 하며... 동경역 도착은 PM9:15 13여 시간 동안 동경에서 교토까지의 당일치기 여행.. 정말 꿈같은 하루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드리려고 한편으로 작성했더니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 난 완전 곯아 떨어졌다